이카루스 패러독스
성공요인에 안주하다가 그것이 실패요인으로 반전되는 상황. 핵심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고 그 경쟁력의 덫에 빠져 결국엔 실패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카루스의 사례는 많다. 과거 스위스 산업이 대표적이다. 스위스는 정확하고 정교한 시계로 세계의 시계 시장을 장악했다. 그런데 1980년대 디지털과 대량 생산으로 무장한 일본과 홍콩의 도전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시장 점유율 40퍼센트를 차지했던 스위스 시계는 일본과 홍콩에 밀려 3위 국가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유사한 사례가 또 있다. 미국의 필름과 카메라 회사인 ‘코닥’이 바로 그 예다. 코닥사는 1970년대 미국시장에서 독점적 권위를 누리고 있었으며, 세계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코닥사는 1990년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전환하던 시점에서 디지털카메라를 먼저 개발해놓고도 필름과 아날로그 카메라에 연연했다. 그 때문에 시장에서 서서히 밀려났고, 결국 파산신청을 냈다. 이러한 현상은 경영학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미국의 <포춘>에 따르면 5년 만에 세계 500대 기업의 3분의 1이 바뀐다고 한다. 그만큼 기업의 생사와 명멸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비단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와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이카루스의 패러독스’는 이카루스의 날개에서 유래한다. 이카루스는 승리의 날개였으나, 이후 죽음의 날개가 됐다. 이를 이카루스의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세계적인 경영전략 학자이자 캐나다의 경영학 교수인 대니 밀러(Danny Miller)가 1990년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밀러는 동명의 《이카루스의 패러독스》(1990)라는 저서를 통해 기업이 성장단계에 따라서만 변신해야 되는 게 아니고 항상 성공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성공의 틀에 매여 혁신을 하지 못하는 1등 기업의 역설을 언급했다. 기업을 1등으로 만든 핵심 경쟁력이 오히려 혁신을 방해해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의 아들 이카루스는 어리석음과 과욕을 상징하는 비운의 인물이다. 다이달로스는 뛰어난 건축가이며 조각가, 발명가였다. 그는 크레타 섬을 방문해 미노스 왕의 환대 속에 지내며 왕의 시녀 사이에서 이카루스를 낳았다. 크레타의 왕비 파시파에는 포세이돈이 보낸 황소와 간음해 황소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에게 이 괴물이 영원히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미궁(迷宮) 라비린토스를 만들게 했다. 미노스 왕은 나중에 다이달로스가 파시파에의 간음을 방조한 사실을 알고 나서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를 미궁에 가두었다. 이카루스와 다이달로스가 미궁에 갇힌 데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어쨌든 미노스 왕으로부터 미움을 산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미궁에 갇혔다.
다이달로스는 미궁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성 위에 떨어지는 새들의 깃털을 모으기 시작했다. 새의 깃털과 밀랍(蜜蠟:점착성이 있는 비결정성 물질)으로 날개를 만들어 아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 탈출했다. 그는 이카루스에게 너무 높이 오르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새처럼 나는 것이 신기해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하늘 높이 올라가는 오만을 부렸다. 결국 뜨거운 태양의 열기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버려 에게해에 추락해 죽었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루스의 시신을 건져 올려 섬에 묻었다. 나중에 이 섬은 이카루스의 이름을 따서 ‘이카리아(Icaria) 섬’이라 부르게 됐다. 이 신화에서 비롯된 ‘이카루스의 날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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