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금천구 지식산업센터부근에 대형 건물만 있는 줄 알았었다. 채용공고가 뜬 건물은 L사 건물로 신축건물과 구축건물이 있었는데, 구축건물은 준공된 지 40년 이상은 되어 보였고 부지는 넓으나 저층인 3층건물로 1500KW 미만의 선임자 채용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의도 건물에서 일근대리로 면접제의가 들어왔다. 되려고 하니 잘 풀리는 건 순식간으로 보였다. 이게 시설관리의 장점인 듯싶었다. 급여가 복리후생이 좋은 자리는 많지 않지만 1년 이상 경력만 있으면 이직이나 전직이 쉽다는 사실이다.
퇴사 1일전 오전에 금천구 L사 건물에 면접을 보았다. 건물관리인력 채용은 기존의 인사담당자 경험으로 보았을 때 특별한 차이점이 있었다. 그 차이점은 면접을 보면 그냥 바로 출근 가능 하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다음 주부터는 백수신세이기에 바로 출근이 가능하다고 전달하였고, 여의도 건물의 면접은 부득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응하지 않았다. 여의도가 보다 나은 근무환경 일 수는 있으나 L사의 시설하청업체인 M사 관리소장님 면접에서 보여주신 부분에서 인덕도 있으신 것으로 보였고, 또 다른 장점은 급여는 비슷하였는데 도보로 가게 되면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금전적인 장점과 L사 건물은 전기선임을 걸기에 근무환경만 괜찮다면 전기무제한까지 버티어 보리라 이번엔 좀 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면접날 내가 근무하게 된 건물을 소장님과 잠시 들렀다. 내가 들어가기로 한 자리에 퇴사 예정인 친구가 마지막 출근을 한 날이었는데, 굉장히 무뚝뚝해 보여 별도의 이야기는 하지 못하였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적응하기 어려워 그만둔다는 이야기만 전달받았고, 그 친구의 표정에서 보인 그 무뚝뚝함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진실을 알게 되었다.
입사 후 나름대로 대기업 하청으로 있어서인지 초반에는 회식도 시켜주고 원청 시설담당자들이 챙겨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대기업건물 시설관리부서가 있고 하청업체가 직접 시설관리를 하는 경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 그 불편한 진실은 업무를 원청에서 오전, 오후로 업무를 계속 지시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일이 너무 바빴다. 그리고 돌덩이과장인 나도 시설짬밥이 2년 정도 돼 가는 상태에서 똥인지 된장인지는 알만한 정도였는데 외부로 줄 공사정도의 작업도 내부적으로 지시하는 것이었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것은 L사 시설직 원이 지원하여 보조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시켰다.
주차장건물 퇴사 이후 3주만에 을지로타워를 또 퇴사 그리고 1달 정도 L사 하청으로 근무를 해보니 이건 막일 수준의 업무 수준이었다. 7월 중순 한여름 어느날 옥상 사무실 누수 관련 방수업무 및 그 넓은 도로포장 깨진 곳 보수등 이런 일은 시설관리가 아니라 정직원으로 고용해서 정당한 급여를 주고 일을 시켜야 할 정도였다.
도로 아스팔트 작업당시에는 작업 휴게시간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다리를 절뚝거릴 정도였는데 같이 일하는 L사 직원소속의 직원들은 아무런 대응도 해주지 않는 등 갑과 을의 논리로만 대응하는 대기업의 행태에 속으로 화가 많이 났었다. 다니면서 신축건물의 같은 소속직원들에게 기존직원이 왜 퇴사했는지를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노동의 강도였던 것이다. 신축건물 소속의 어느 누구도 구축건물로 파견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었다.
면접 시 나이 좀 있으신 소장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고마웠는데 머리에 한대 망치를 맞은 듯 제2의 직업에 안착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5월 중순 입사 후 이제는 육체적으로 절룩거리며 회사를 출근하고 집에서도 적어진 월급에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이 되는 듯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가 오는 듯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속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주차장 건물 이후 2번의 이직은 또 한 번의 퇴사를 한다고 해서 더 낳아질 수 있겠나? 하는 의구심만 키워놓았다. 그러다 보니 아파도 내색하지 못하고 한여름의 피크인 7월은 그렇게 지나갔다.
8월은 여름정기휴가 3일이 주어졌다. 별도의 휴가는 주어지지 않았고 3일 연차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몸과 마음의 지친상태에서 사이다 같은 달콤한 휴식이었다.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발목도 낳아져 갈쯔음 짬을 내어 도저히 이곳도 안정적으로 다니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였고 사는 바로 옆에 이렇게 많은 빌딩이 있었는데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보다 금천구에 있는 빌딩에 안착해 보자는 마음으로 채용사이트를 검색하였다.
마침 그때 L사 옆건물에 신축건물이 준공이 되었는데, 옆건물이다보니 채용공고에서 보자마자 어떤 건물인지 알았고 바로 입사지원서를 보냈다.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위기라는 느껴진 상황에 이런 행운이 바로 면접을 봤으면 한다는 관리소장님의 목소리가 구원의 손길로 느껴졌다. 간다고 해서 좋은 곳이라는 보장은 없겠지만, 지식산업센터가 몰려있는 지식산업센터에서 과장업무를 할 수 있으면 대부분이 비슷한 건물이기에 향 후 소장이 되었을 때 안착하기 쉬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심 기대를 했다.
면접장소가 바로 옆 건물이었기에 L사에 반차를 내고 면접을 보았다. 새로 준공된 건물이라서 모든게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1층에 고객지원팀 사무실이 있어 면접도 보기 전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시설 관련 업무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보통 방재실이나 관리실이 지하에 있어 햇빛을 보기가 싶지 않은 근무환경이 많았기에 1층에 관리실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사무실에서 연배가 60대 중반정도 관리소장으로 보이시는 분과 젊은 여성분이 있었는데 총무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다. 차 한잔을 마시면서 업무 관련 내용을 설명해 주셨고, 나의 이력서를 보시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 다음 주부터 출근할 수 있느냐고 바로 확답을 주셔서, 솔직히 너무 속전속결 같기도 하고 기분이 참 묘했다.
아직 L사에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새로 다닐 곳의 관리소장님께서 1주일의 시간을 주셨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중요한 것은 급여도 주차장건물(280만원)<을지로타워(280만원)>L사전기선임(250만원)<지식산업센터관리과장(300만원)으로 급여도 50만 원 정도 수직 상승하였다. 출퇴근도 도보가 가능하기에 관리소장님을 잘 보좌해서 지내고 업무를 잘 배워나가면 이제 좀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새로운 희망을 가져보았다. 솔직히 만약에 여기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속 한 편의 걱정도 자리 잡고 있었다.
2021/02/15 - [유용한 정보/취업관련정보] - 건물관리 천재가 된 돌덩이주임-4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05 이제 후퇴는 없다 전진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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