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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추어 주는 빛
1980년대만 하더라도 동네 전체에
전기가 끊기는 정전이 자주 벌어졌습니다.
해는 졌지만, 아직 잠자리에 들기는 이른 시간에
정전이 되어 온 동네가 깜깜해지면 촛불을 켜
잠시 어둠을 쫓았습니다.
어둠에 있을 때 작은 촛불 하나를 켜면
사람들이 그 빛 아래로 모입니다.
서로 얼굴을 식별하고 책을 읽고 바느질합니다.
그 빛 아래 모여 그림자 드리우는 여운 속에서
서로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전기가 돌아와 전등불이 켜지면
방안 어디에도 어둠 없는 밝은 공간이 됩니다.
사람들은 이제 촛불은 아무 미련 없이
꺼버립니다.
이제 아침이 되어서 해가 떴습니다.
햇빛은 온 세상을 덮어 모든 곳을 밝힙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미련 없이 전등불을 끄고
밝은 햇빛에 모든 것을 맡깁니다.
더 큰 빛, 더 큰 기운 아래
이제까지 어둠을 밝혀왔던 작은 빛과 기운은
힘없이 그 소임을 다하고 사그라집니다.
사라지는 작은 빛들은 자신들의 소멸에
아쉬움이 없습니다.
가득 차오른 큰 빛도 언젠가 다시 기울고
작은 빛을 다시 찾아 꺼내게 될 때가
곧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손에 들려 있는 빛이 작고 초라해 보일 때면
다른 사람 손에 들려 있는 빛은 크고 화려해 보입니다.
하지만 내 손의 불빛이 지금 간절하게 필요한
어둠 속에 있습니다.
어둠에서 내 빛을 보다 잘 전할 수 있도록
지금 잠시 내 빛을 꺼두는 것도
아쉬워할 일이 아닙니다.
# 오늘의 명언
자신의 소명을 사랑하면 필시 세상도 사랑하게 된다.
–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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